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앞쪽에 위치한 좁은 통로인 수근관을 통과하는 정중신경이 압박되어 손가락 저림, 통증, 감각 이상 등이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정식 명칭은 수근관 증후군으로, 말초신경 압박 질환 중 가장 흔하게 발생합니다. 국내에서도 매년 수십만 명이 진료를 받을 만큼 유병률이 높으며, 특히 중년 여성과 손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직종 종사자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초기에는 단순한 저림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치료가 늦어지면 정중신경의 영구적인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1. 손목터널증후군 원인
손목터널증후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수근관의 해부학적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근관은 손목 앞쪽에 위치한 좁은 터널 형태의 공간으로, 위쪽은 수근 굴건 지대라는 두꺼운 인대로 덮여 있고 나머지 세 면은 수근골이라는 손목 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수근관 안으로 손가락을 굽히는 9개의 굴건과 정중신경이 함께 지나갑니다. 수근관은 해부학적으로 공간이 매우 협소하기 때문에, 내부 압력이 조금만 높아져도 가장 압박에 취약한 정중신경이 눌리게 됩니다. 정중신경은 엄지, 검지, 중지, 약지 절반의 피부 감각과 엄지두덩 근육의 운동을 담당하는 중요한 신경으로, 이 신경이 압박되면 해당 영역에서 저림, 통증, 감각 저하, 근력 약화 등이 나타납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의 발생 원인은 크게 직업적 요인과 전신 질환에 의한 요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직업적으로 손목을 반복적으로 굴곡하거나 신전하는 동작, 강한 파악력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작업, 손과 손목에 진동이 가해지는 작업 등이 수근관 내 압력을 높여 정중신경을 압박합니다.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를 장시간 사용하는 사무직 종사자, 조립 라인 작업자, 미용사, 요리사, 음악가, 치과 의사 등이 직업적 위험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는 직업적 반복 동작과 손목터널증후군 사이의 인과 관계가 생각보다 복잡하며, 전신적인 소인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결과들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전신 질환 중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손목터널증후군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면 체내 점액 다당류가 조직 내에 축적되어 수근관 내 연조직이 부풀어 오르고 압력이 높아집니다. 당뇨병은 말초 신경을 직접 손상시키는 동시에 수근관 주변 조직의 부종을 유발하여 손목터널증후군의 발생 위험을 높입니다.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자가면역 질환은 수근관을 둘러싼 건막과 인대에 염증을 일으켜 수근관 협착을 유발합니다. 임신 중에는 체내 수분 저류와 호르몬 변화로 인한 조직 부종으로 수근관 내 압력이 높아지면서 손목터널증후군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 출산 후 수개월 이내에 자연 호전됩니다. 폐경 이후 여성에서 유병률이 높은 것도 호르몬 변화와 관련된 조직 변화가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밖에도 비만, 신부전, 말단비대증, 손목 골절이나 탈구 등의 외상 후유증, 수근관 내 낭종이나 지방종 등 공간을 차지하는 병변도 손목터널증후군의 원인이 됩니다.
유전적 소인도 발병에 영향을 미칩니다. 수근관의 해부학적 크기 자체가 작거나 굴건 지대가 두꺼운 경우처럼 타고난 해부학적 구조가 수근관 협착에 취약한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가족 중 손목터널증후군 환자가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어 있습니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약 3배 높은 유병률을 보이며, 특히 40~60대 여성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합니다. 이처럼 손목터널증후군은 해부학적, 직업적, 전신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단순히 손 사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고 정확한 원인 파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2. 손목터널증후군 주요 증상 및 진단법
손목터널증후군의 가장 흔하고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은 엄지, 검지, 중지, 그리고 약지의 엄지 쪽 절반에 나타나는 저림과 감각 이상입니다. 이 영역은 정중신경이 감각을 담당하는 부위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저림 증상은 특히 야간에 심해지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수면 중 손목이 구부러진 자세로 오래 유지되면 수근관 내 압력이 높아져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입니다. 많은 환자들이 새벽에 손이 저리고 아파서 잠에서 깨고, 손을 털거나 흔들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된다고 호소합니다. 이처럼 손을 흔들면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아지는 현상을 플릭 사인(flick sign)이라 하며, 손목터널증후군을 시사하는 중요한 증상입니다.
증상이 진행되면 낮에도 지속적인 저림과 감각 둔화가 나타납니다. 운전 중 핸들을 잡거나, 전화기를 귀에 대고 오래 통화하거나, 책이나 신문을 들고 읽는 등 손목을 일정한 자세로 유지하는 동작에서 증상이 심해집니다. 손가락 끝의 감각이 둔해지면서 동전의 앞뒷면을 구분하기 어렵거나, 작은 물건을 집는 것이 불편해지는 세밀한 운동 기능 저하가 나타납니다. 엄지두덩 근육, 즉 엄지손가락 아래 볼록한 부위의 근육이 약해지고 위축되면 엄지손가락으로 물건을 꼬집거나 잡는 힘이 현저히 감소합니다. 이러한 근위축은 신경 손상이 진행된 것을 의미하므로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단계입니다. 손목 부위의 통증이 팔 위쪽이나 어깨까지 방사되는 경우도 있어 경추 신경근 병증이나 흉곽 출구 증후군과의 감별이 필요합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의 진단은 신체 검진과 전기생리학적 검사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신체 검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검사는 팔렌 검사(Phalen’s test)와 티넬 징후(Tinel’s sign)입니다. 팔렌 검사는 양손의 손등을 서로 맞대어 손목을 최대한 굴곡시킨 자세를 1분간 유지할 때 정중신경 지배 영역에서 저림이나 통증이 유발되는지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티넬 징후는 손목 앞쪽의 수근관 위치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릴 때 정중신경 지배 영역으로 저림이나 전기가 통하는 듯한 느낌이 방사되는지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두 검사 모두 민감도와 특이도가 중등도 수준이므로, 임상 증상과 함께 해석되어야 합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의 진단을 확정하고 중증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검사는 신경 전도 검사와 근전도 검사입니다. 신경 전도 검사에서는 정중신경의 감각 및 운동 신경 전도 속도와 잠복기를 측정하여 신경 압박 여부와 정도를 확인합니다. 손목 부위에서 정중신경의 감각 잠복기 연장과 전도 속도 저하가 확인되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진단합니다. 근전도 검사는 엄지두덩 근육의 전기적 활동을 측정하여 운동 신경 손상과 근육 탈신경 여부를 평가합니다. 근전도에서 이상 소견이 확인되면 신경 손상이 진행된 것을 의미하며, 치료 방향 결정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초음파 검사는 수근관 내 정중신경의 단면적을 측정하여 신경 비대 여부를 확인하고, 낭종이나 지방종 등 수근관 내 공간을 차지하는 병변을 발견하는 데 유용합니다.
3. 손목터널증후군 치료 방법
손목터널증후군의 치료는 증상의 중증도, 신경 손상 정도, 원인 질환 유무에 따라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뉩니다. 증상이 경미하거나 중등도인 경우, 그리고 신경 전도 검사에서 심각한 이상이 없는 경우에는 보존적 치료를 먼저 시행합니다. 보존적 치료 중 가장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손목 보조기 착용입니다. 손목을 중립 위치(약 0~15도 신전 자세)로 고정하는 야간 보조기를 취침 시 착용하면 수근관 내 압력을 낮추고 정중신경의 압박을 완화하여 야간 저림 증상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낮에도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스테로이드 국소 주사 치료는 수근관 내에 직접 스테로이드를 주사하여 염증과 부종을 억제하고 정중신경에 가해지는 압력을 완화하는 방법입니다. 단기적으로 매우 효과적인 증상 완화를 기대할 수 있으며, 경도에서 중등도 손목터널증후군 환자의 약 70~80%에서 주사 후 유의미한 호전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효과의 지속 기간이 제한적이어서, 상당수의 환자에서 수개월 이내에 증상이 재발합니다. 반복 주사는 건 손상과 신경 손상의 위험이 있으므로 횟수를 제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최근에는 초음파 유도하 주사를 통해 정확한 위치에 주사함으로써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이 널리 사용됩니다. 경구 소염진통제는 염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나 당뇨병 등 원인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질환의 치료가 손목터널증후군 증상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보존적 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거나, 신경 전도 검사에서 심각한 신경 손상이 확인되거나, 엄지두덩 근육 위축과 같은 운동 기능 저하가 진행되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인 수근관 유리술이 권고됩니다. 수근관 유리술은 두꺼운 수근 굴건 지대를 절개하여 수근관을 넓히고 정중신경의 압박을 영구적으로 해소하는 수술입니다. 수술 방법은 전통적인 개방형 수술과 내시경을 이용한 최소 침습 내시경 수술로 나뉩니다. 개방형 수술은 손바닥 중앙에 3~5cm 가량의 절개를 가하고 직접 시야로 굴건 지대를 절개하는 방법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표준 술식입니다. 내시경 수근관 유리술은 1~2개의 작은 절개를 통해 내시경을 삽입하여 굴건 지대를 절개하는 방법으로, 수술 후 흉터가 작고 손바닥 통증이 적으며 일상 복귀가 빠른 장점이 있습니다. 수술 성공률은 매우 높아 약 85~95%의 환자에서 증상이 현저히 호전됩니다.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는 수술 부위가 아무는 동안 과도한 손 사용을 자제하고 처음에는 가벼운 일상 동작부터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활동량을 늘려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술 후 2~6주 내에 일상적인 가벼운 활동이 가능해지며, 완전한 회복과 최대 효과는 수개월에 걸쳐 나타납니다. 일상 생활에서의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손목이 지나치게 구부러지거나 펴지는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을 피하고, 컴퓨터 작업 시 손목 받침대를 사용하여 손목을 중립 자세로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장시간 반복 작업 중에는 규칙적인 휴식을 취하고, 손목과 손가락을 부드럽게 스트레칭하는 습관이 수근관 내 압력을 낮추는 데 효과적입니다. 체중 관리와 갑상선 기능, 혈당 수치를 정상으로 유지하는 것도 손목터널증후군의 예방과 재발 방지에 중요한 생활 습관 관리 원칙입니다.